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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변화 아닌 기후위기…적응 전략 모색할 때"
올 여름 폭염 우려...'더워 죽을 것 같은' 온도는 몇도일까?
영국 로햄턴대 교수 연구팀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학회'에
인간이 버틸 수 있는 더위는 40도에서 50도 사이라는 연구결과 발표
2023 과학기자대회에서 '기후 위기'를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기후변화보다는 이제 기후위기라고 얘기해야 할 때입니다. 자연이 스스로 상태를 회복하는 자연회복력에 한계가 왔다고 봅니다."
11일 서울 역삼동 소재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기자대회' 두번째 세션 '기후위기 골든타임 10년, 과학적 해법은'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김병식 강원대 AI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뀐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적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오후 폭우가 쏟아진 서울에서는 사상 첫 '극한호우'가 기록됐다. 몸소 극한 기후 현상을 체험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구조 자체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극한 현상보다는 기후구조 자체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후구조는 환경 조건에 따라 현상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기후적 관계로 안정적인 기후구조에서는 기후 예측 모델을 수립해 기상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북서태평양 태풍의 반응 양상을 관찰했더니 2013년 이후부터 기후적 관계를 벗어나는 특이값이 관측됐다"며 "전 지구의 기후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 구조가 바뀌면 현상을 예측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태풍 등의 기상 현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병식 교수도 2019년 '한반도 기후대 변화'에 대한 연구를 예시로 들며 "한반도 강수가 과거의 일률적인 반복 패턴에서 벗어나 불규칙 패턴을 보인다"며 "재난 관리에 대한 대응이 불확실해진 것"라고 설명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계 붕괴도 문제다. 나성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전 지구적으로 꿀벌 및 야생벌이 폐사하는 상황에 대해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식물과 화분매개충 사이의 생태시계가 불일치하게 됐다"며 "벌, 파리 등의 화분매개체가 먹이자원을 찾지 못해 죽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개별 온실가스 중에서도 특히 불화가스(F-Gas)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화가스는 가전제품, 히트 펌프, 개폐 장치 등에 활용되는 인공 가스다. 수소불화탄소(HFC), 과불화탄소(PFC), 육불화항(SF6), 삼불화질소(NF3)가 불화가스에 해당한다.
오 연구원은 따라서 국제적 기후행동에 발 맞추기 위해 "불화가스를 대체할 기술 연구개발(R&D), 냉매관리제도의 실질적 이행 등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또 "이번 6차 보고서에는 '기술' 챕터가 처음으로 포함됐다"며 "기술혁신 정책수단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혼합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신규 탄소중립 기술 공공 R&D에 투자하는 쪽으로 향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병식 교수도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적응 정책으로 돌아서야 할 때"라며 "기존의 방어적 태도와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계산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를 아우를 수 있는 다부처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낮 기온이 33도를 웃돌던 지난 1일 전국 곳곳에서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2.9도,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의 한낮 기온은 37.3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이면 폭염 경보를 발효한다. 33~35도면 매우 심한 더위이니 활동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의미다.
폭염은 열사병은 물론 열 탈진, 저나트륨혈증으로 쓰러지거나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 50대가 39도 폭염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국적 기후연구 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지난 여름 40도를 웃돌던 서유럽에서 폭염으로 2만명이 숨졌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말 발표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여름철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인간이 한계를 느끼는 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인간이 버틸 수 있는 더위를 예측하고 대응법을 찾는 게 목적이다.
루이스 할시 영국 로햄턴대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학회'에 인간이 버틸 수 있는 더위는 40도에서 50도 사이라는 연구결과를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한계를 느끼는 고온인 '임계 고온(Upper Critical Temperature)'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1, 2차 실험에 참가한 총 37명 참가자들의 안정시 대사율이 온도와 습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 안정시 대사율이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특별한 활동없이 휴식할 때 쓰이는 에너지의 양을 말한다.
연구팀은 먼저 실온 환경에서의 안정시 대사율, 피부 온도, 심부 온도, 심장 박동수를 측정하고 이를 온도 50도, 습도 25%인 환경에서 측정한 결과와 비교한 결과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대사량은 56%까지 소모됐다. 임계 고온은 40~50도로 분석됐다.
할시 교수는 "동물이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온도에 대해선 이미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정작 인간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인간이 '최적이 아닌 극한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 사람마다 '최적의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 임계 고온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폭염 현상이 매년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EU)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위원회(C3S)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올해 6월 초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았다. 일례로 지난 4월 태국과 베트남의 기온은 각각 45.4도, 44.2도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기후위기를 주제로 열린 '제2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에서 유희동 기상청장은 "최근 10년간 한국의 폭염일수는 연간 2.8일 증가했으며 열대야 일수도 4.6일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름철 이틀에 한번 꼴로 폭염이, 사흘에 한번 꼴로 열대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할시 교수는 "인간의 몸이 열로 인한 스트레스에 적응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개인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찾으면 더워지는 지구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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