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x100
반응형
SMALL
대홍수의 시대가 오고 있다...동시다발 기후 재난의 서막
- 인공위성 데이터로 재구성한 역대급 브라질 홍수
- 서울의 10배 면적 침수, 산사태 4천 곳 발행
- 지구촌 물난리 어디까지 확대될까?
- 한국도 도시 홍수 피해 기하급수적 증가 대비해야
- 대홍수의 시대가 오고 있다...동시다발 기후 재난의 서막
지구상 6개 대륙에서 남극 정도를 뺀 거의 모든 지역의 국가들
이들 나라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정답은 최근 2달 동안 홍수 피해가 난 나라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중엔 외신 뉴스를 탄 곳도 있고 한 줄 기사를 접하기 어려웠던 국가도 있죠. 기존의 보도 방식으로는 그 피해 실태와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구촌은 동시다발적인 기후 재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 기법으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YTN 데이터랩이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기후위기의 현재와 미래를 차근 차근 풀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구촌 물난리의 일상화>
인류의 역사에서 대홍수는 의미심장한 은유의 대상이었습니다. 세상을 쓸어버리는 일대 변화, 파괴와 두려움의 상징. 모든 것의 끝과 새로운 시작. 각종 신화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홍수가 막연한 신화적 원형을 넘어 이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재난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물난리가 일상화가 되다보니, 특별한 홍수 관련 기사가 없는 날에도 지구촌 적어도 어느 한 곳은 거대한 물길이 범람해 집과 재산과 생명을 쓸어갈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얼마나 비가 왔을까요? YTN 데이터랩이 지난 2월에서 4월까지에 걸친 전세계 각지의 평균 강우량을 시각화해봤습니다. 노란색에서 붉은 색으로 물들수록 비가 더 많이 온 곳. 남미와 중국, 동남아 지역이 눈에 띄는데 저위도와 중위도 국가들에 비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도에 새빨갛게 표시된 고강도 강우 지역은 홍수 위험 지역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홍수는 지구상의 어떤 환경 재난과 자연재해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안겨줍니다.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 사회 기반 시설의 파괴, 그리고 전염병의 창궐과 이재민 발생,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전지구적인 스케일의 재난 상황을 정확히 관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우주에 띄운 전자 눈을 통해 재난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바로 인공위성입니다.
최근 브라질 남부에 닥친 홍수는 역대급 피해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죠. 아래 사진은 유럽우주국의 센티널2 위성이 지난 5월 7일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지상 고도 786 km에서도 일대의 현황이 선명히 보일 정도였습니다. 누런 황토빛 물이 하천을 넘어 일대의 평야와 주거지까지 침범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얼마나 비가 쏟아졌길래 이 정도의 물난리가 났을까요?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프로그램이 기상 관측데이터와 수치모델링 자료를 융합해 제공하는 ERA-5 Land 자료로 분석해보았습니다. 홍수가 난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의 주도인 포르투알레그리를 중심으로 주변 10개 지자체에 내린 강우량의 추이를 평균 내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15일 이동평균선을 그려 강우량을 살펴보니 4월 말부터 5월까지 폭우가 지속적으로 내린 흐름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름 이상 집중 호우가 쏟아지면서 홍수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이번에는 기간을 10년으로 늘려 살펴보겠습니다.
이 지역은 과거에도 비가 잦은 편이었지만 특히 지난해부터 부쩍 잦은 비에 시달렸습니다. 작년 9월, 11월에도 집중 호우가 내렸는데 그때마다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보통 12월에서 3월까지가 브라질 우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폭우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고 있는 셈입니다.
<하늘에서 본 물난리>
이번 홍수로 브라질 남부에서 거센 물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은 희생자만 적어도 169명,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만 5십8만1천 여명에 달합니다. 농경지와 도로뿐 아니라 하천과 호수에 인접한 시가지, 사회기반시설이 온통 물에 잠겼습니다.
폭우가 내리고 브라질 남부는 평야, 시가지, 사회기반 시설이 대거 물에 잠겨 버렸고 이같은 광경은 고해상도 인공위성에서도 그대로 포착됐습니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며 대표적인 축구경기장인 아레나 두 그레미우도
침수됐습니다. 경기장 주변 일대 뿐 아니라 축구장 내부의 푸른 잔디도 온통 누런 색으로 덮여버렸습니다.
공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브라질 남부를 세계와 연결하는 하늘의 관문인 살가두 필류 국제공항도 마비됐습니다. 홍수가 나자 활주로는 물에 잠겨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범람하는 물길에 비행기들도 대피할 길이 없었는지, 계류장에 그대로 남은 항공기들은 수면 위로 부분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살가두 필류 국제공항은 6월 현재에도 여전히 가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 주의 주도이며 13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포르투알레그리를 비롯해 일대의 시가지며 주거 지역들은 온통 물바다가 됐습니다. 지난달 4일 촬영된 위 사진에서는 온통 흙탕물에 잠겨버린 마을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집 지붕들만이 섬처럼 물 위로 섬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5월 중순, 물이 빠진 도시 주택가와 농촌 지역을 현지 언론이 찾아가보니 홍수가 남긴 상처가 그대로 확인됐습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주택과 창고의 잔해가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대홍수에서 동시다발 산사태까지>
미국 우주항공국 나사가 배포한 위성 데이터로 홍수의 범위를 조사해봤습니다. 아래 지도의 빨간 부분이 하천이 흘러 넘쳐 주변을 집어삼킨 영역입니다. 집중 피해가 발생한 포르투알레그리에서쪽 하천 상류까지의 범람 구간의 거리를 따져보니 330km에 달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 거리(320 km)으로 길을 냈는데, 그 이상의 구간이 온통 물난리가 났다고 생각해보세요. 홍수의 어미어마한 규모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포르투알레그리 뿐만이 아니고 남측에 해안가를 따라 넓게 형성된 호수와 또다른 2개 지역에서도 홍수 피해가 광범위하게 포착됐습니다. 위성이 탐지한 홍수 영역을 계산해보니 적어도 서울의 10배가 넘는 면적이 물에 잠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직간접적인 물리적 경제적 손실을 합하면 피해 범위는 더욱 커집니다. 현지 당국은 한반도 면적보다 큰 히우그란지두술 주의 90% 정도가 홍수의 영향권에 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구밀도 지도와 홍수 영역을 중첩해보면 주황색으로 표시된 인구 고밀도 지역과 홍수 범람 지역이 겹치거나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폭우와 홍수는 대규모 산사태까지 몰고 왔습니다. 플래닛랩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기반으로 나사 연구진이 다시 탐지한 산사태 지점은 적어도 3,934건에 달했습니다. 해당 지역의 평균 346m 거리에 하나꼴로 발생했습니다. 산사태 현장 역시 주민 거주 지역과 맞닿아있어 매몰자가 속출했고, 생존자를 구조 작업이 급박하게 진행됐습니다.
YTN 데이터랩은 나사 위성 데이터로 홍수가 난 곳 북측의 토양(표층에서 깊이 1m 사이)의 수분 함량을 조사해봤습니다. 겨울과 봄 사이 비가 많이 오지 않았던 기간에도 토양 수분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30%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주기적으로 내린 잦은 비로 이미 경사진 비탈면의 토양이 물러진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일대의 산림훼손도 산림의 산사태와 홍수 조절 기능을 감소시켰습니다. 브라질의 기후학자인 카를로스 노브레 박사는 YTN과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극한 폭우와 복합 재난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100년, 200년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릴 정도로 강한 비가 이제는 10년에 한번씩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특히 브라질은 최소한 3백만 명이 홍수, 산사태 등의 위험이 너무 높은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그곳에 살 수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현실화되는 대규모 환경 난민 사태>
브라질 홍수 사태의 복구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물에 잠겼던 공항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고 파괴된 주택을 다시 고치며 훼손된 사회기반시설이 복구하기까지는 한 두달도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더해 역대급 홍수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시 당국은 대규모 주민 이전 대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기후 위기로 인한 이른바 ‘환경 난민’이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홍수 피해가 기후위기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은 대기중의 수증기의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더 강하고 잦은 비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에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연쇄적인 기상 변화를 일으키는 엘니뇨 현상과 지형학적 특성까지 맞물리면 피해는 극대화됩니다. 이번 폭우 역시 엘니뇨의 영향 외에도 도시 침수를 초래하는 불투수층(아스팔트, 시멘트 포장, 구조물 등)의 급격한 증가까지 한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강줄기가 석호를 거쳐서 남쪽으로 바다로 빠지는 흐름은 물의 진행 속도를 더디게 만드는 구조였습니다. 지형적 취약성에 극한 호우까지 맞물리면 대규모 홍수는 이번에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방위로 다가오는 대홍수의 시대>
이런 문제가 브라질만의 고민일까요? 장기간에 걸친 전세계의 홍수 정보를 모아놓은 세계홍수데이터베이스(The Global Flood Database)를 보면 21세기 들어 연쇄적인 홍수 사태가 끼친 심대한 영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만든 미국 콜럼비아 대 등의 연구팀과 나사 연구진은 네이처지에 기고했던 2021년 논문에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홍수의 위험을 직면하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2천년부터 15년 동안 홍수에 노출된 전세계 인구 비중이 더 늘어났다는 건데 그 증가폭을 5천 8백만 명 내지 8천 6백만 명선으로 추산했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추정치보다 10배 정도 더 큰 비율이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홍수 위험에 노출된 인구수를 기준으로 전세계 국가를 크게 4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습니다. 과거 (2000년~2015년), 미래(2010년~2030년)에 모두 상승 추세인 국가. 혹은 감소 추세인 곳. 과거에는 줄었지만 미래에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나라. 거꾸로 과거엔 상승했지만 미래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곳으로 나눴습니다. 그 결과가 위 지도입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역대급 홍수를 겪은 브라질은 과거에도 홍수 노출인구가 증가했지만 2030년까지도 계속 늘어날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감소에서 증가 패턴으로 바뀌는 국가입니다. 여기엔 아프리카와 중앙 아시아 일부 국가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중국. 프랑스 등 G7 국가들도 대거 포함됐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탄소 배출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나라들도 이제는 기후위기의 파장을 더욱 더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 이변이 국경과 대륙을 넘어 계속 확대된다는 건데, 최근 미국 텍사스와 중국 남부에는 폭우로 물바다가 된 모습이 외신을 타기도 했죠. 역시 향후 홍수 피해 증가가 예상된 중앙 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이달 들어 거듭된 홍수로 큰 인명피해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아프간은 보통 6월부터 우기가 시작됐었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4월부터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피해가 기사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홍수로 300명이 넘는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지 불과 일주일만에 또다시 물폭탄이 쏟아진 것입니다.
한국은 예외일까요? 2021년 네이처지의 논문은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홍수 피해 인구의 예측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YTN 데이터랩이 해당 논문을 쓴 연구진이 사용한 동일한 분석 도구인 세계 자원 연구소 (Wolrd Resources Institute)의 홍수 피해 예측 도구로 조사해보니 홍수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에 대한 전망치는 산출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상태대로라면 향후 수십년동안 도시 하천 범람으로 인한 물질적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0년에 연간 2억 8천만 달러(3천 8백억 원)에서 2030년에는 9억 4천만 달러(1조 3천억 원), 2050년 12억 달러(1조 6천6백억 원), 2080년에는 32억 달러(4조 4천 3백억 원)으로 치솟습니다. 해마다 조 단위의 물질적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는 예측치입니다.
<‘완화’를 넘어 ‘적응’으로>
흔히 기후변화 대응책은 크게 두 가지로 거론됩니다. 탄소 가스 배출을 감소시켜 기후 위기의 정도를 줄이는 완화책이 한 축이라면 기후위기의 파장에 대비해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적응책이 또다른 한축입니다. 전지구적으로 뚜렷해지는 연쇄적인 물난리 사태를 보더라도 2024년 지구촌은 탄소 배출의 감소 대책을 넘어 복합 재해에 대한 정교한 대응이 더 절실한 단계에 접어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인류 생존의 지침서라는 IPCC 6차 보고서를 발표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현재 기후 시한폭탄이 똑딱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난 현 시점, 국제사회는 문명의 위기에 잘 대응해 가고 있는 걸까요? 시한 폭탄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을까요?
YTN 데이터랩은 앞으로도 인공위성 자료를 활용한 원격탐사 기법 등을 활용해 기후 위기를 비롯해 우리가 당면한 메가 트렌드의 핵심 이슈를 담담히 그러나 예리하게 파헤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tn.co.kr/_ln/0105_202406031119144457
728x90
'기상기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 시즌] 다음 주 제주 비소식. 폭염 가고 장마 시작할까? (44) | 2024.06.16 |
---|---|
[주말날씨] 토요일 전국 비나 소나기…일주일간 기온 상승세 꺾여 (33) | 2024.06.14 |
[기상기후] 美 역대급 허리케인 발생으로 한국의 정유사에 득일까 실일까? 기후변화로 살펴보는 한국 석유 전망 (55) | 2024.06.03 |
[기후변화] 타산지석으로 보는 일본의 극한호우 대비법. 지하시설물 거대신전 조압수조 (57) | 2024.05.30 |
[2024년 여름철 홍수대책] 올해부터 AI 활용 홍수예보, 예보지점 223곳으로 대폭 확대 (86) | 2024.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