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브랜드에서 K팝 가수를 모델로 내세워 기후대응 전략을 모색한다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 기후 위기에 대한 진심을 악용하는 케이워싱이 일어날 수 있어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K-팝 스타를 활용, Z세대를 공략할 계획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실질적인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
블랙핑크 제니가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샤넬, 리사가 얼굴이 된 셀린느, 로제의 생 로랑, 지수의 디올 등 K-팝 그룹과 만난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기후 대응 점수 낙제점을 받았다.
전 세계 K-팝 팬들과 국제환경단체가 명품 패션 브랜드의 ‘케이워싱(K-washing)’을 지적,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K-워싱은 한국을 뜻하는 K와 그린워싱을 합친 말로, 기후 위기 대응에 동참해온 K-팝 스타를 내세워 기업의 부실한 기후 위기 실천을 감춘다는 의미다.
K-팝 팬들의 기후위기 대응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과 국제환경단체 ‘액션스픽스라우더(Action Speaks Louder)’는 최근 명품 기업들의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평가한 보고서 ‘명품 언박싱: 그린워싱 에디션’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기후 연구 단체 뉴클라이밋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의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를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 4곳이 공개한 탄소배출량,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 등을 평가했다. 평가 대상은 블랙핑크의 네 멤버가 앰베서더로 활동 중인 샤넬과 셀린느, 디올, 생 로랑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이들 브랜드는 자료를 브랜드가 아닌 모기업 차원에서만 공개하고 있다. 때문에 보고서는 생 로랑은 케어링을 대상으로, 셀린느와 디올은 LVMH 차원에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결과 4개 브랜드의 기후 관련 약속은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그나마 가장 높은 등급으로 평가받은 곳이 생 로랑이 속한 케어링. 이 브랜드만 ‘D’등급을 받았고, LVMH가 소유한 셀린느와 디올은 ‘E’, 개인 소유의 샤넬은 ‘F’를 받았다.
이 성적표는 ▷ 스코프 1, 2, 3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 2030년까지 공급망 포함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 발표 ▷ 바이오매스 사용에 대한 보고 ▷ 공급업체의 탈탄소화를 위한 재정 지원 제공 여부 등 6가지 지표를 가지고 브랜드의 순위를 평가한 결과다. 데이터 공개 여부와 공개된 내용은 뉴 클라이밋 연구소의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에 기반해 ‘양호’, ‘나쁨’, ‘매우 나쁨’ 등으로 평가했다. 최고 점수는 18점 또는 ‘A’ 등급이며, 최저점은 0점 또는 ‘F’ 등급이다.
4개 브랜드 모두 탄소 배출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21년 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샤넬은 67%, 케어링(생 로랑)은 12%, LVMH(셀린느와 디올)는 34% 증가했다. 특히 샤넬은 2030년까지 스코프3(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모두 포괄한 개념)의 배출량 절대 감축 목표가 10%에 불과했다.
루스 맥길프(Ruth MacGilp) 액션스픽스라우더 패션 캠페인 매니저는 “명품 브랜드는 제품의 가격과 품질을 근거로 자신들이 패스트 패션보다 지구에 더 호의적이라 주장한다”며 “하지만 화석연료로 돌아가는 공급망 내 탄소 배출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관련, 케어링(생 로랑)은 공급망 포함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LVMH(셀린느, 디올), 샤넬은 전력 사용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급망 차원에서의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후위기’ 앞장선 블랙핑크…“패션 브랜드 정책 바뀌어야”
블랙핑크는 그간 K-팝 그룹 중에서도 누구보다 앞장서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왔다. 글로벌 기후 회의 ‘COP26(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 홍보대사로 활동한 것은 물론, 현재는 ‘UN 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홍보하고 있다.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는 “블랙핑크를 홍보대사로 내세운 기업이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블랙핑크가 보여준 ‘기후 위기에 대한 진심’을 악용하는 ‘케이워싱’이 일어날 수 있다”며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K-팝 스타를 활용, Z세대를 공략할 계획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실질적인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4개 브랜드 모기업이 2021년 배출한 탄소는 약 930만 톤(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이다. 이는 섬유산업의 메카 중 하나인 캄보디아(인구 1690명)가 한해 배출한 탄소의 절반이 넘는 양이다. K-팝 팬들이 명품 업계에 더 높은 수준의 지속가능성 목표와 행동 기준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캠페인에 참여한 ‘블랙핑크 프랑스‘ 팬클럽 운영진은 “우리는 블랙핑크가 환경에 대해 보여온 헌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팬의 입장에서 블랙핑크가 홍보하는 것들이 지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명품 패션 업계는 환경을 위협할 수 있는 불충분한 정책(polluting policies)을 갖고 있으며, 이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 동안 기후 위기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우리 ‘블링크(블랙핑크 팬덤 명칭)’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 대의와 이를 위한 캠페인을 지지하다”며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지구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서,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케이팝포플래닛은 블랙핑크를 앞세운 명품 패션 브랜드에 ▷ 2030년까지 공급망 내 100% 재생에너지 사용 약속 ▷ 1.5℃ 지구온도 상승 제한을 위해 2030년까지 절대 배출량 43~48% 감축하는 목표 수립 ▷ 공급망 관련 정보 투명성 제고 등을 촉구하는 동명의 글로벌 캠페인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올해로 데뷔 7주년을 맞는 블랙핑크의 데뷔(2016년 8월 8일)주간에 맞춰 전 세계적으로 시작됐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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