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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이상기온 현상은 도심지 침수, 홍수, 산사태 등 다양한 자연재해를 유발하고 있다.
또한, 가뭄과 폭염 등 극한 기상 상황의 동시다발적인 발생으로 인해 대형 산불의 빈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17일 ‘기후위기와 여름철 자연재해, 어떻게 대비할까?’를 주제로 제22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열고, 우리나라의 여름철 자연재해 양상을 짚어보며 과학에 근거한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장마에서 우기로, 여름철 강수 패턴의 변화
먼저 손석우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장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장마는 수자원 관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 확장하면서 장마가 시작되는데, 만약 고기압이 빠르게 확장하여 한반도 상공에 자리한다면 폭염과 가뭄이 발생하게 된다. 과거에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비가 집중적으로 내려 장마철이라고 부르는 시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패턴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전형적인 7월 및 8월 중순 강수 분포가 사라지고 있으며, 현재는 여름철에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일부 언론이나 기상학계에서는 ‘장마’라는 표현보다는 ‘우기’라는 표현이 적합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비가 내리는 지역에도 변화가 있다. 손 교수는 “시간당 30ml 이상 내릴 때 집중호우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시간당 100ml의 강수가 잦다. 올해만 해도 벌써 5~6차례 관측됐다”며 “이 같은 집중호우가 수도권과 남부지방, 제주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경남, 부산 등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데이터를 보면 집중호우 빈도수에서도 1970년대에 비해 2010년대가 5~60% 증가한 것을 봤을 때 미디어의 ‘집중호우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는 속설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집중호우 빈도가 증가한 것이 한반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 그렇지 않다. 6~9월 여름철 동아시아에서도 집중호우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한반도와 서일본, 중국 내륙에서 증가 경향이 매우 뚜렷하다는 것이 손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집중호우 빈도 증가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집중호우의 변동성 증가”라며 “90년대 이후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 이로 인해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하는 여름과 거의 발생하지 않는 여름이 번갈아 발생하고 있다. 즉, 극단적으로 집중호우가 많아지거나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며 가뭄과 폭염 발생 시에는 여름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손 교수는 “집중호우의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경향이 단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일본 규수 지역과 중국 내륙, 특히 양쯔강 지역에서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부분은 90년대 이후 커지고 있는 집중호우의 변동성이다. 방향성이 분명하다면 대비가 어렵지 않지만, 변동성이 커지면서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여 여름철 재난 기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폭염 위기, 도쿄 우수사례 참고해 대비 필요
두 번째로 이동근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가 ‘기후위기와 여름철 폭염’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폭염이란 연속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되는 현상으로, 건강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최근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후 수준보다 1.45℃ 상승했다. 이런 상승 폭이 최근 더욱 커지고 있어 폭염 문제도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시 지역의 경우, 도시화에 따른 도시 열섬 악화와 폭염에 의한 사망률도 증가 추세에 있다. 이 교수는 “폭염은 미래에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열 관련 사망자 수의 미래 추계를 보면 2090년대에 서울 최대 82%, 부산 최대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현재는 폭염 자체의 증가는 도쿄가 더 크지만, 2090년대에는 서울의 폭염 영향 지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도시뿐 아니라 농촌 지역도 문제라는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그는 “도시 지역의 기온이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은 맞지만, 실제 피해는 농촌 지역에서 더욱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농촌 거주자들의 직업적 특성상 야외 활동이 많고 노령인구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농촌 지역에 대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전염병 발생 문제에서도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기온이 1℃ 상승할 때 쯔쯔가무시, 렙토스피라,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 발생률이 4.2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폭염은 농산물 및 기반시설 피해, 산불 확산 등 인간 생활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폭염 대비 방안과 향후 방향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실내 활동 유지 등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국가적으로는 취약 계층에 대한 폭염 대비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그린 인프라와 같은 도시 공간의 열 저감 대책도 필요하다”며 “향후에는 미래의 다양한 폭염의 영향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도쿄나 비엔나 같은 해외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장기적인 미래 폭염에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형 재난관리제도를 통해 국민 스스로 대처해야
세 번째로 차동현 울산과학기술원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가 ‘기후위기와 태풍’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전선을 갖지 않는 대류권 내 저기압성 순환을 열대저기압으로 총칭하는데, 태풍은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의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것을 말한다. 열대저기압은 지구상 여러 곳에서 연간 평균 80개 정도가 발생하는데, 그 발생 장소에 따라 타이푼,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으로 명칭을 달리한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최근 자연 변동성이나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 등으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의 파괴력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최근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태풍의 상륙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태풍 시기 일 강수량 극값의 증가율이 비태풍 시기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여름철뿐만 아니라 9월에 상륙하는 가을 태풍 빈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온난화와 자연 변동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태풍 발생과 경로가 중위도로 확장하기 좋은 환경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의 미래 변화에 대해 차 교수는 “슈퍼컴퓨터나 수치 모델을 통해서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만들면 탄소 저배출이나 고배출 경우 모두 중위도 지역에 태풍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배출 시나리오 경우에는 더 강한 태풍이 지나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탄소 배출을 줄여야 우리나라의 태풍 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 방안에 대해 차 교수는 “TV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시로 기상 상황을 파악하여 대비하고, 능동적으로 재난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선제적 대응 방안으로는 풍수해 보험을 국가 및 지자체에서 보조함으로써 국민이 저렴한 보험료로 예기치 못한 재해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선진국형 재난관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예보 신뢰도 향상을 위한 기술력 향상뿐만 아니라 재해 예보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도 필요하므로 언론과 교육기관 등과의 협력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기후 위기 대응에서 ‘기술 활용’의 중요성 강조
발표 후에는 손미현 서울대 미래혁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진행으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AI 기술이 기후예측에 얼마나 도입되고 있으며, 데이터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손석우 교수는 “현장 관측, 인공위성 관측, 수취모델 자료 등 생각보다 많은 재해기상에 관한 데이터들이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있다”며 “다만 실제로 현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이 대국민 서비스로까지 확장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손 책임연구원이 “기후 위기 예측 시나리오에 대해 환경이 전체적으로 바뀌는 것은 지구의 필연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동근 교수는 “초창기에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란이 상당히 많았으나, 지금은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 대부분의 견해이고, 실제로 일반인들도 모두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에 세계 최고 기온을 기록했고, 올해도 세계 최고 기온을 갱신하지 않을까 한다. 분명한 것은 지구는 더워지고 있고 폭염은 시작됐다.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과거에 좋았던 기후로 돌아갈 수 없다. 올해가 가장 시원하다는 생각으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난에 잘 대응하려면 잘 예측하고 준비해서 복구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를 위해 어떤 기술들이 필요한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차동현 교수는 “중요한 것은 자연재해를 잘 예측하는 기술들이다. 그래야 맞춤형 대응 방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예측 기술들로 최신의 여러 정보가 나오면 그것들을 취합해서 취약성 맵이나 위험 지도 같은 것을 잘 만들어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https://online.kofst.or.kr/news/304747?category=COM045_EZmyQ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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