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침식에 효율·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대부분의 해양국가에게 중요한 현안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다양한 시행착오가 발생하였다. 이에 대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 관련현상 이해도 및 연안지형변화 예측신뢰도 부족, 둘째 경성대책이 발생시킨 2차 침식, 그리고 셋째 연안통합관리 부재다. 이에 따라 연안관리 선진국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대규모 R&D 사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의 동기는 전지구적인 환경문제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 ‘Agenda 21’에 포함된 ‘지속가능한 연안발전을 위한 연안통합관리’와 기후변화위기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연안은 그 자체의 기후변화와 함께 외양과 내륙에서의 기후변화 영향이 전파되는 기후변화 3중고 권역이다. 이에 따라 IPCC는 지구시스템 중 지구온난화에 의한 우심 피해 5대 분야에 수자원, 생태, 식량, 보건과 함께 지리적으로는 유일하게 연안을 포함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해안지역의 기반암이 침식저항이 강한 화강암과 변성암이고 장구한 세월 동안 해안선이 파랑과 조석에 적응했기 때문에 지표윤회에 따른 일부 해안의 토사포락을 제외하면 침식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간지를 통해 댐, 보, 하천제방 축조와 도시화에 의한 하천토사공급량 감소, 어항방파제 등 해안돌출구조물 건설에 따른 파랑장 변화, 해안도로 신설?확장 등 배후지 개발에 의한 백사장 완충폭 감소, 그리고 무분별한 천해역 해사채취에 의해 발생한 침식문제가 보도되기 시작했으며, 현재에도 이와 같은 유사한 침식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안침식에 대한 최적대응을 위해서는 연안통합관리, 연안수리?퇴적현상 규명, 지형변화예측, 그리고 친환경?고효율 대응공법 등 다양한 분야의 동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본고에서는 최근의 국내 외 연구동향을 비교?검토하고, 향후 한반도 연안침식대응 선진화를 위해 KIOST가 지향해야 할 정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KIOST의 관련 연구사업
연안침식이 고전역학 분야에 속함에도 해양선진국이 침식문제를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관련 수리?퇴적현상이 매우 복잡하고, 현상규명을 위한 현장관측이 어려우며 국지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현상을 단순화시킨 수리모형실험으로 도출한 모래 이동량 산정식을 이용하는 수치모형을 통해 연안지형변화를 예측하였으나, 2000년 이후 대형 태풍으로 인해 지형변화 예측 실패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선진국은 예측신뢰도 개선을 위한 대규모 현장?수리실험과 현상기반 수치모형 개발을 위한 다양한 R&D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연안정비사업’을 통한 연안침식 법정관리를 시작하였으나, 적용 모델에 허점이 있어 실패사례도 여럿 발생했다. 그 대표사례가 속초시 영랑동과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해안이다. 어항에 의해 침식된 영랑동의 경우, 대책시공비가 설계 당시 272억 원이었으나 400억 원이 투자되었음에도 2차 침식이 발생하여 79억 원이 추가로 쓰일 예정이다.
KIOST는 2005년부터 연안정비사업의 효율 및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구용역과 R&D 사업에 참여했다. 2005~2010년 동안 수행된 ‘연안침식 방지기술 개발 연구용역’에서는 정밀관측을 통해 동?서해 대표해안 침식현상을 규명하는 한편, 환경영향평가에서의 침식평가 방안을 검토했다. 또한 해운대와 경포해수욕장에서 침식에 의한 경제적 손실액을 평가하고 제2차 연안정비계획 수립시 지자체에서 요청한 침식대책시설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아울러 전문가를 위한 침식대책 설계 가이드북과 비전문가를 위한 연안침식관리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이들 지역단위 조사와 함께 우리나라 연안침식대응을 전반적으로 선진화하기 위해 대규모 융?복합 R&D 사업이 시급함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기획연구를 수행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국가R&D ‘연안침식 대응기술 개발(2013- 2017)’을 착수하였으며, KIOST는 국외 연구기관을 포함하는 산학연 컨소시엄의 주관연구기관으로서 국가R&D(자체 코드명 CoMIDAS)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 내용
국가 R&D CoMIDAS는 5개 세부과제로 구성되며(그림 1), KIOST를 포함한 3개 출연연, 국민대를 비롯한 8개 대학, ㈜대영엔지니어링 등 4개 설계용역회사, 그리고 관련분야 연구역량이 최고 수준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네덜란드 Deltares 社로 구성되는 연구단 과제로 수행되고 있다. 한편, KIOST는 과제총괄과 제2, 3세부과제 책임기관이고, 아울러 연구진들은 제1세부를 제외한 나머지 세부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당초계획보다 연구비가 감소함에 따라(표 1) 저감공법 시범시공을 포함했던 제4세부의 연구내용을 국내에서 우선적용이 필요한 저비용공법의 개념설계 수준으로 축소하였으며, 제2세부의 경우에도 신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포말대 연구를 제외하였다.
제2차년 후반부터는 동해안 침식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동해안 지형변화의 예측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파형해안선(beach cusp)-호형사주(crescentic bar) 시스템의 거동규명이 필수지만, 이는 세계적으로도 최근에서야 관련연구가 시작된 난제이다. 그림 2의 경우, 단면 A가 수심이 상대적으로 깊은 만부(bay)에서 각부(horn)로 바뀐 반면, 단면 B에는 여전히 각부가 발달하고 있다. 그림 3은 때에 따라 호형사주가 없는 테라스(a), 단일호형사주(b), 이중호형사주(c)가 발달한 하조대 해수욕장으로서 이러한 현상은 모두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파랑 비선형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역학적 상세거동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동해안의 대표적인 침식유형 중 하나는 고파랑 내습 시, 만부 백사장 침식으로 인해 해안도로가 붕괴되는 것이다. CoMIDAS 제2세부는 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했던 강릉시 안목해안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정밀관측시스템을 이용하여 파랑·파랑류·표사율 관측과 함께 수심·해빈표고를 주기적으로 정밀하게 측량하고 있다.
CoMIDAS의 핵심내용은 제2세부 현상규명과 더불어 제3세부 연안지형변화 예측모델 개발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동해안의 고유한 수리?퇴적현상은 규명이 미진한 세계적 난제이므로, 국외에서 개발된 다양한 수치모형의 동해안 적용시 그 예측신뢰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KIOST는 Deltares 社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동해안에서의 적용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도록 Deltares 수치모형들을 개선하고, KIOST를 제외한 국내 참여기관은 Deltares 외의 오픈소스 모형 및 자체개발 수치모형을 개선하고 있다.
CoMIDAS 사업종료까지 국내 연구진과 Deltares 연구진은 매년 공동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으며, 2015년 회의는 Deltares 社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침식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완충 해빈폭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폭풍 시 파랑 처오름 높이(그림 4)와 고조시 파랑 처오름(run-up)에서 저조시 파랑 처내림(run-down) 사이로 정의되는 포말대(swash zone)에서의 모래이동량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모래이동량이 상당한 포말대(swash zone)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이며, 2000년대 중반부터 기존의 쇄파대(surf zone) 중심 연구에서 탈피한 쇄파대-포말대 연계연구가 시작되었다(그림 5).
포말대는 짧은 시간 동안 노출과 침수가 반복되므로 흐름과 모래이동률 및 해빈표고 시계열 관측이 어려움과 함께 쇄파대에서는 고려대상이 아닌 지하수 거동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이처럼 좋지 않은 연구조건으로 인해 현재까지 국외의 현장연구는 주로 사질조간대에서 수행되었다. 이 지대는 해빈경사가 완만하여 장비설치가 용이하고 장비망실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KIOST R&D ‘연안침식저감 원천기술 개발(2015-2017)’의 우선적인 연구주제는 해빈경사와 고파랑 내습 시 지형변화가 큰 동해안 포말대의 수리?퇴적현상 규명이며, 이를 위해 KIOST 동해연구소에 포말대 관측시스템을 구축하여 현장실험을 수행한다.
국제동향
연안수리?퇴적역학과 연안지형변화예측 관련연구를 시기 별로 살펴보면, 일본과 미국의 R&D가 활발하던 1980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1세대, 1980년부터 유럽연합의 MAST 프로그램 종료 다음 해인 1999년까지를 2세대, 그리고 현상기반 수치모형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를 3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해안선 장기변화, 해빈단면 단기변화 및 파랑주기평균 영역수심변화 예측을 위한 다양한 수치모형이 제2세대 동안 개발되었는데, 대부분은 현상을 단순화시킨 경험식에 기초한 모형이다.
제3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국가 R&D는 2004년 착수한 미국 육군공병단의 MORPHOS 사업(그림 6)으로, 착수동기는 2세대 수치모형이 2004년 여름 4개의 대형 허리케인 연속상륙에 따른 침식?침수피해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연합은 허리케인 Katrina와 같은 대규모 연안재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초대형 태풍에 의한 연안침식을 현상기반 수치모형을 이용하여 실시간(72시간) 예측하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구축하는 R&D MICORE(2008-2011)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3세대 연구가 수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안침식 관련연구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2014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34회 국제연안공학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415편 중 퇴적물이동 및 연안지형변화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논문 수가 236편(57%)에 달했다(표 2).
연안침식 관련 현상을 규명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그림6의 사진들은 허리케인에 의한 침식으로 N. Carolina 州 방호섬(barrier island)이 파열된 상태를 보여준다. 이는 MORPHOS 사업의 핵심적인 착수동기이다. 즉, 연안지형변화예측 수치모형이 방호섬의 침식과 파열을 신뢰성 있게 예측하지 못하면 배후 육지의 침수?범람예측이 불가능한데도, 2세대 수치모형은 방호섬이 침식, 파열되어 중간이 끊어져 나갈 수 있다는 예측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MORPHOS 착수 후, 여러 연구기관에서 사구침식 수리모형실험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이동상수리모형실험(movable-bed hydraulic experiment)은 모래입경 축척효과로 인해 현장성 재현이 어려우며, 이 문제는 단면수조가 실해역 규모일 때만 해소된다.
고파랑 내습에 의한 방호섬 침식?파열에 대한 대표적인 수리모형실험이 네덜란드 Deltares 社의 대형수조 Delta flume에서 수행된 EU R&D 사업 BARDEX(2008-2014)이며, 그림 7은 2단계 실험 시 수조에 설치된 계측장비이고, 표 3은 주제별 주관대학과 연구내용으로서 최근의 국외 연구동향을 대변한다.
이와 함께 MORPHOS는 방호섬 침식·파열 수치모형실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수치모델 개발방향을 그림 8과 같이 설정하였다. 모델 C2SHORE는 육군공병단 지원으로 Delaware 대학에서 개발한 단면변화모델 CSHORE와 해안선변화를 모의할 수 없는 파랑주기 및 수심평균 평면2차원 지형변화모델을 결합시킨 모형이다. 파랑 비선형효과 보정항을 포함하며 계산시간이 길지 않은 CSHORE를 포함하므로 C2SHORE가 공학적으로 유용할 수 있으나, 모래의 이안(離岸) 혹은 향안이동(向岸移動) 여부를 결정하는 CSHORE 매개변수 신뢰성이 아직은 불충분하다.
현재 범용성을 확장하고 있는 모델은 네덜란드 Roelvink 교수팀이 육군공병단의 의뢰를 받아 개발한 XBeach(Roelvink et al., 2009)다. 단주기파는 기존과 같이 주기평균 방식으로 취급하지만 고파랑 내습 시 높은 위치까지 처오름으로써 사구 혹은 방호섬 침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장주기파랑은 위상분해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포말대와 사구를 계산영역에 포함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XBeach 단면버전도 아직 그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한 것은 아니며, 네덜란드는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실시간(48시간) 예측결과를 의사결정수단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한편, Razak은 이상적인 초기조건으로부터의 사주 발달?소멸과정을 XBeach로 모의함으로써(그림 9), XBeach를 이용하여 그림 2, 3의 파형해안선-호형사주 시스템의 거동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2014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건설·토목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재료인 모래 확보를 위해 자행되고 있는 무분별한 하천·연안모래 채취를 경고하였다(그림 10). XBeach 개발자인 Roelvink 박사는 이를 인용하면서,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연안모래 감소가 미치는 환경악영향 평가는 수치모델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향후의 수치모델의 개선방향을 검토하였다(Roelvink, 2015).
KIOST 연구사업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의 연안침식 법정관리 경험은 15년에 불과하고 KIOST의 본격적인 연안침식연구는 겨우 10년 전에 시작되었지만, 선진국과의 관리노하우와 연구역량 격차가 그 동안의 관리·연구기간 차이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선진국의 효율·효과적인 관리체계와 현상기반연구 모두 오랜 시행착오를 겪은 후 2000년대부터 골격을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방향 설정을 위해 최근의 국외동향을 참조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연안정비사업 선정방식과 국내의 대표적인 침식유형에 관한 연구방향을 설정하는데 선진국 연구동향을 맹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전술한 제3세대 연구의 핵심은 초대형 태풍에 의한 사구?방호섬 침식현상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예측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한 수치모델이다. 그러나 폭풍파에 의한 침식은 주로 해안선에 직각방향인 횡단표사에 의해 발생하며, 외해방향으로 이동한 모래는 폭풍파 통과 후 파랑 비선형효과에 의해 서서히 해안으로 이동하여 침식해안이 복원된다. 물론 폭풍파에 의한 침식피해 저감을 위해 최대 침식을 신뢰성 있게 예측해야 하지만 침식대책 시공여부 판단에는 폭풍파 통과 후 복원정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주기파랑을 주기평균하고 선형파로 고려하는 수치모델은 이러한 향안표사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비선형천수방정식(NSWE) Boussinesq 형 혹은 RANS 모델이 바람직할 수 있으나 계산시간이 길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한편,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사회문제화 되었던 국내침식의 대부분은 신설?확장된 어항의 동계파랑 하류해안에서 발생하였으며(그림 11), 이의 원인은 폭풍파에 의한 횡단표사가 아니라 방파제에 의한 파랑회절, 이에 따른 연안류 유속?유향과 연안표사량 경사이다. 따라서 파랑모형의 회절재현 신뢰도가 침식예측 신뢰도를 좌우함을 유의해야 한다.
연안침식 대응역량을 조속히 선진화하기 위해 국가R&D CoMIDAS의 제3세부과제가 Deltares 社와의 공동연구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려·심각수준인 동해안 침식에는 국제적으로도 규명이 불충분한 복잡한 수리·퇴적현상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의 규명을 위한 지속적인 KIOST R&D 사업이 필요하다. 즉, 자국의 문제해결이 곧 국제수준의 연구역량 달성인 셈이다.
| 연안방재연구센터 진재율 책임연구원
'해양수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계 “오염수 처리 설비 정상 작동 땐 방출 문제될 것 없어” (5) | 2023.06.30 |
---|---|
[해양수산] 양식장에 스티로폼 부표는 이제 그만. 인증부표만 사용 (16) | 2023.06.28 |
KIOST, 바다 안개에 감춰진 비밀을 밝힌다. 바다 안개 발생의 원인 규명을 위한 한-미 공동 황해 탐사 수행 (2) | 2023.06.21 |
우리나라 최신 해안선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국립해양조사원) (5) | 2023.06.20 |
KIOST, 마비성 패류독소 발생 시기의 확대 가능성 밝혀 (1) | 2023.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