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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챗GPT를 사용해본 경험이 없는데, 주변에선 논문이나 글의 카피를 염려하더군요. 제 생각에 인간과 AI의 차이점은 죽음에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의 죽음에는 진화론적 관점이 있지만 AI는 배터리 방전이랄까. 분명 결이 다르죠. 수많은 철학가의 명언에 AI가 목소리를 입 힐순 있겠지만 그 선과 결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철학자에게 AI를 묻는게 실례일까’란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AI시대에 철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우문에 죽음이 다르듯 결도 다르다고 분명한 선을 강조하는 품이라니. 2023년과 2024년을 아우르는 현재, 서점가에 쇼펜하우어 열풍을 낳게 한 철학자 강용수 교수를 만났다. 자기계발과 재테크가 휩쓴 무대에 철학서가 통할 수 있을까란 통념은 그의 저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앞에 처참히 무너졌다. 11월 이후 베스트셀러 수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한 이 책은 무려 20만 부가 팔리며 40대와 50대를 철학 수업으로 이끌었다. 그는 “쇼펜하우어는 결코 삶을 비관한 염세주의자가 아니었다”며 “삶의 고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일상이 많이 달라졌을것같습니다. A 방송 출연도 잦아졌고 특강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언제까지 이럴진 모르겠는데, 짧지만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4개월째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판매부수도 20만 부를 넘겼다고 들었는데요.
A 전혀예상치못한상황이에요.출판사쪽에선좀팔릴것 같다곤 했어요. 하지만 전 논문을 쓰는 연구자이기 때문에 학자로 살아야 하는데, 너무 들뜨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베스트셀러순위는확인하고 있습니다.
Q 집에선 뭐라고 하십니까.
A 제가 카톡이나 SNS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요. 카톡 친구도 한 10명 있나. 가족들에게도 별다른 얘길 하지 않았 었죠. 알려지고 나선 아버님이 좀 섭섭해하시더군요. 서 점에 갔던 아들은 아빠 책이 1위에 올랐다고 좀 놀랐던 것 같고요.
Q 인세도 많을 것 같은데요.
A 11월에 선인세를 받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금액이 들어와서 놀라긴 했습니다. 제 통장에 그렇게 많은 숫자가 찍힌 적이 없었거든요. 여기저기 세금 내고 빚도 좀 갚고 했어요.
“자넨 술만 먹나?”
Q 쇼펜하우어도 중년 이후에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그런 면 에선 과정이 비슷한데요.
A 쇼펜하우어가 60세 넘어 빛을 봤다면 전 이제 50대 중반인데 약간 알려진.
Q 왜 하필 쇼펜하우어를 끌어들이신 겁니까.
A 사실 출판사 기획이었어요.(웃음) 제가 학부 때 쇼펜하우어의 번역본을 읽었는데, 그때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 다. 대학에선 쇼펜하우어를 깊이 가르치지 않는데, 그책 을 보면서 공부도 하고 논문도 썼어요. 그러곤 니체로 넘 어갔죠.
Q 독자들이 왜 이 책을 읽는다고 보십니까.
A 제가 1968년생인데, 저 또한 40대를 열심히 오래 살았어요. 인정받지 못하고 뜻대로 안 됐지만 그래도 버티 며 50대가 됐습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뭔가 기대에 미치 지 못하는, 그 부분에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Q 40대는 어땠습니까.
A 술 많이 마셨지요.(웃음) 사회생활 좀 잘해보려고 술도 많이 마시고 머리도 좀 조아리고 했습니다. 그런데 잘 보 이려고 한 잔 더 마시면 “자넨 술만 먹나”그러고, 안 마시 면 “무슨 일 있나” 하더군요. 실력보다 인간관계를 잘 맺으려 하면 결국 생각지도 못한 길로 빠지게 됩니다. 책 속 에 그런 말들이 많아요. 제가 뼈저리게 느꼈던 일들…. 그렇다고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제 생각이나 체 험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Q ‘40대는 늦여름이 끝나고 초가을쯤 열매를 맺어야 할 때’라고 정의했는데.
A 그건 제가 지어낸 말인데, 제게 마흔은 별로 기억나는게 없는 시기였어요. 지금도 그게 너무 아쉬워요. 보통 40대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들 하는데, 대부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더군요. 저는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청춘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제대로 겪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자존감이 깨져야 자긍심 생겨”
Q 40대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미래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A 우리나라 40대의 가장 큰 고민은 가족 같아요. 요즘 온라인엔 ‘혼자 살아라’ 같은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끼는 글 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래서인지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살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결국 자살로 이어지는 내용들 이 많더군요. ‘좀 외롭더라도 인간관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혼자 지내라.’ 이런 내용의 유튜브 영상도 많습니 다. 쇼펜하우어는 고독을 강조했어요. 스스로 홀로 설수 있는 힘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서로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간격, 그러니까 정중함과 예의를 갖춰 관계를 맺 어야 한다가 핵심이에요. 자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 타인 에게서 독립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 아예 맺지 말라 는게 아니죠.
Q 서로 상처 주지 말라?
A 그렇지요. ‘상처받을 바에 아예 혼자 지내라’가 아니라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말라는 거예요.
Q 그럼 마흔을 어떻게 버텨야 할까요.
A 주제가 넓은데…. 여하튼 고통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바꿔야 될 것 같아요. 고통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주로 욕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일어나잖아요. 돈에 대한 갈증, 인간관계나 이성관계 등등 충족됐나 싶으면 사라지 기도 하고, 그런 고민에 시달리다 40대가 되면 자존감이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자존감이란 건 좀 깨 져봐야 해요. 자존감에 금이 가면 자긍심이 생깁니다. 경제적으로도 깨져보고 사회생활에서 타인에게 상처나 무시도 받아보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 품위를 지키기 위 해 과장하고 포장하다 자존감이 무너집니다. 그런 경험 이 스스로의 능력을 믿는 자긍심으로 이어지죠. 저를 보 세요.
Q 구체적인 방법이라면.
A 음… 좋은 책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책에 쇼펜하우어의 책 읽는 방식을 정리한 부분이 있는데, 첫 째는 좋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고전을 들 수 있겠지요. 둘째는 그 책을 반복해서 두 번 이상 읽어보세요. 곱씹을 수록 생각이 정리됩니다. 셋째는 안 좋은 책들은 피해야 해요. 그러니까 책을 팔 목적으로 쓰인 책들, 남들 생각 을 짜깁기한 카피본들, 이런 악서들이죠.
Q 인생 선배로서 마흔이 된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A 참 사는 게 힘든 것 같아요.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요. 그런데 인생이란 배의 무게를 잡아주는 건 삶의 고통인 것 같아요. 고통이 있어서 희로애락에 쉽게 흔들리지 않 고 전진할 수 있는 것이죠. 고통의 경험은 크고 작은 풍파 에 버팀목이 되기도 합니다. 고통이 많을수록 무게중심 이 든든해 침몰 직전의 상황을 버텨낼 수 있어요. 쇼펜하 우어는 염세주의자(세상과 인생을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사상)로 알려졌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금수저 에 결혼도 하려 했었어요. 쇼펜하우어의 말을 잘못 이해 해 쉽게 포기하려 하지 말고 꿋꿋이 견뎌보세요. 그러다 보면 중년 혹은 말년에 쇼펜하우어처럼 세상에 이름을 알 리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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